악우회와 <한국의 암벽>
악우회와 얼마 전 안일수 선배님이 제본해서 만든 책 한 권이 도착했다. 악우회가 1979년에 발간한 〈韓國의 岩壁(서울편)〉이 그 주인공이다. 책은 북한산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병풍암, 노적봉과 도봉산 선인봉, 주봉, 우이암에 널리 흩어져 있는 바윗길들의 각 구간마다 난이도를 책정하면서 등반에 필요한 참고 사항을 설명했다. 아마 그해 여름 토요일 밤이었을 거다. 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중3 시절. 뜻이 맞는 친구와 아진교통 19번 도봉산 종점에서 내린 우리는 큼직한 랜턴 불을 밝히며 밤길을 물어물어 생전 처음 석굴암 야영장에 도착했다. 나는 그때 어둠 속으로 치솟은 거대한 암벽을 보았다. 우린 바닥이 없는 ‘A형 텐트’를 쳤다. 고체 연료에 불을 붙여 밥과 찌개를 끓여 먹고 나서 담소를 나누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