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 신문로 구 교정 이광정 선생님 어제 이광정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한 번은 서울고등학교 단임 선생님으로, 또 한 번은 가천대 국문과 교수로 뵙게 된 인연 깊은 분인데, 대학 졸업하고 처음 전화 통화를 하게 됐으니 나도 되게 무심한 놈이다. 자네가 보내준 시집 잘 읽었다는 애정 어린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내가 선생님을 추억하는 건 고교 1년 시절, 나의 글을 읽고 좋다고 하시며 ‘경희신문사’에 들어가라 하셨는데, 나는 선생님의 제안을 멀리하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극반에 가입했다. 연극을 하면서 나는 절망했다. 극본을 외우는 것도 버거웠고 대사에서 요구하는 말과 행위는 더욱 따라가지 못했다. 한 마디로 나는 연극을 하기에 부적절한 놈이었고 그 사실을 2학년 선배한테 통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