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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리하는 작업들

정선여인숙 2011. 1. 17. 12:10

 

 

내 컴퓨터 파일에 보관 중인 문서들이 너저분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일일이 문서 내용을 읽고 확인하며

모을 수 잇ㅅ는 것들은 모으고

삭제시킬 것은 그렇게 하고 잇ㅅ는데, 좀 귀찮은 작업이다.

이 작업은 내가 ㄱ곡 해야 할 작업이어서 일종에 나를 정리하는 성격이 짙다.

다치기 전ㄱ가지 내가 작성한 문서들이 방대하게 많은데

그ㄷ대 그ㄷ대 마무리를 잘 해두엇ㅅ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앗ㅅ으련만

결국 나의 게으름이 자초한 결과다.

 

그 중 '응봉산 용소골'이란 문서를 열어본 결과 감회가 새로웟ㅅ다.

이 글은 연극 평론가이면서 호서대 교수인 안치운 선생이 ㅅ슨 것인데

아마 선생이 2004년 경에 작성한 것 같다.

안 선생의 글을 정말 오랜만에 읽으니 그 선생의 문투가,

선생의 체취가 고아하게 전해 온다.

글을 읽다보니 거기를 여행햇ㅅ던 엣 생각이 새록새록 돋아나면서

문득 기억은 ㅈ잛고 기록은 오래 남는다는 문귀가 새로웟ㅅ다.

 

당시 선생은 사보에 글을 기고하고 잇ㅅ엇ㅅ고 나는 사진을 담당햇ㅅ다.

글은 그해 태풍 매미가 삼척과 정선 등지를 강타햇ㅅ는데

특히 삼척의 미로는 타격이 무척 심햇ㅅ다.

우리는 태풍이 휩ㅅ슬고 간 뒤 늦 가을에 덕풍게곡을 찾앗ㅅ는데

이 게곡도 에외는 아니어서 골ㅈ자기는 물 포격을 심하게 받은 터라

부분적으로 페허가 된 곳이 많앗ㅅ다.

길은 달빛 속으로 나잇ㅅ엇ㅅ다.

달빛은 교교히 안 선생과 배강달 극작가, 그리고 박민정ㅅ시를 비취고 잇ㅅ엇ㅅ고

우리는 아무도 없는 그 길을 걸어걸어 들엇ㅅ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길을 인기척이 날ㄱ가봐

사분사분 걸으면서 물소리가 게곡에 아롱지는 소릴 들엇ㅅ다.

그렇게 우리는 밤길을 걸어 덕풍게곡 ㄱ긑자락에 잇ㅅ는

이희철ㅅ시 댁에 민박을 햇ㅅ다.

 

아침에 일어나 문 박ㄱ으로 나간 우리는 덕풍게곡에서 제일 넓엇ㅅ던

마을 앞 풍경을 보고 심히 충격을 받은 듯 놀랄 수박ㄱ에 없엇ㅅ다.

그것은 마을 앞의 논과 밭들이 모두 형체가 사라진 뒤, 

큰 자갈들이 초토화된 것처럼 그 자릴 메ㄱ구고 잇ㅅ엇ㅅ다. 

그걸 바라본 우리의 표정은 일그러졋ㅅ다.

아침을 먹은 우리는 덕풍게곡에서 용소골로 이어진 협곡 풍광 속으로 ㅂ바져들엇ㅅ다.

그 골ㅈ자기도 풍경은 에전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엇ㅅ으나

수해의 상처를 벗어날 수 없엇ㅅ다.

게곡에 잇ㅅ는 소나무나 큰 나무들의 나무ㄱ겁질은

거대한 물살에 구른 바위덩어리에 의해큰 상처를 받아 신음하고 잇ㅅ엇ㅅ다.

 

우린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성난 물살들이 스쳐간 골ㅈ자기 양 옆 바위 사면에 남아잇ㅅ는 상처를 살펴본 결과

자연은 자기 고유의 영토를 가지고 잇ㅅ을 알 수 잇ㅅ엇ㅅ다.

모든 자연의 구성원들은 그에 순응할 줄 알지만

유독 인간만은 이를 거역하면서 자연의 영토를 잠식한 결과

자연은 그 동안 ㄱ국 참앗ㅅ던 인내심을 거두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드러냇ㅅ다.

그것이 바로 수해다.

이로ㅅ서 자연은 인간에게 경고한 셈이다.

더 이상 나의 영토를 침범하지 말라고.

안치운 선생과 우리는 자연이 남긴 경고성의 무언의 말들을 바라보며

산길을 걸어 산의 능선을 ㄷ다라 다시 산마을이 잇ㅅ는 덕풍마을로 내려왓ㅅ다.

선생의 글은 거기서 ㄱ긑마무리를 하고 잇ㅅ엇ㅅ고

실로 오랜만에 선생의 생각에 젖어들엇ㅅ다.

 

내 문서들을 정리하면서 돌이켜 보니ㄱ가

정말 많이 전국 방방곡곡을 ㄷ더돌아 다녓ㅅ다.

ㄷ다지고 보면 내 역마살은 고등학교 1학년 ㄷ대부터 시작되어

45세 다치기 전ㄱ가지 쉬임없이 게속 되엇ㅅ다.

나의 역마살은 사지마비로 다치면서 비로ㅅ서 그쳣ㅅ고

거기서부터 나의 불행은 지금ㄱ가지, 아니 죽을 ㄷ대ㄱ가지 게속 될 것이다.

문서를 정리하면서 보닉가 나는 ㅅ슬데 없이 무겁게 살아왓ㅅ다.

이제는 그 무거운 것들을 벗어버리고 가벼워져야겟ㅅ다.

그래... 그 동안 나는 너무 무겁게 살아왓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