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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도 빙폭을 오르고 잇ㅅ을ㄱ가

정선여인숙 2011. 1. 12. 17:13

 

 

며칠 전 밤늦게 TV를 시청하는데

KBS1에서 경기도 양주군에 잇ㅅ는 가래비 빙폭을 등반하는 모습을 방영햇ㅅ다.

순간, 내 몸의 감각들은 가래비로 ㅅ솔렷ㅅ다.

오래 전부터 채석이 중지된 가래비에는 많은 클라이머들이 붐볏ㅅ고

그 중에는 눈에 익은 친구도 ㅂ엿ㅅ다.

가래비의 등반 길이는 ㅈ잛지만

수직 빙폭이거나 오버행이어서 등반 난이도는 ㄱ가다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촌 구곡폭포나 설악산 토왕폭을 오르기 위한 전초 기지로 삼는 곳이다.

이 빙폭은 서울에서 가ㄱ갑기에

나 같은 서울 지역 등반자들이 즐겨찾는 등반지엿ㅅ다.

토요일이면 나는 벗들이나 후배들과 이곳을 찾아

야영하며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다가

아침이면 아이스 바일과 아이젠을 챙겨 등반에 나섯ㅅ다.

다치기 전만해도 힘이 좋앗ㅅ던 나는 자일을 톱로핑시켜놓고

한번에 대여섯 차레 오르내려야 성이 찾다.

그렇게 거기서 놀다보면 어느새 겨울이 가고 눈 녹듯 봄이 왓ㅅ다.

 

요즘처럼 날이 장기간 추운 날이면 나는 얼어붙은 빙폭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구곡은 잘 잇ㅅ는지 토왕은 무고한지, 용대리 매바위엔 고드름이 많이 생겻ㅅ는지 등등

눈 감아도 ㄷ더오르는 저 빙폭에 대한 향수...

그런 면에서 보면 나도 피가 어ㅈ절 수 없는 클라이머인가 보다. 

이 환장할 놈의 피는 다치고 나서 진정될 줄 알앗ㅅ는데

그게 아니엇ㅅ다.

아직도 내 머리맡에는 달력에서 오려 붙인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사진이 잇ㅅ다.

그 그림 안에는 백운대에 내가 개척한

'시인 신동엽길'과 '녹두장군길' 그리고 '김개남장군길'이 잇ㅅ어

무료한 병원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어디 그 ㅂ분인가.

나는 그 그림을 보며 루트 상의 페이스와 크랙을 ㄷ다라

발란스와 재밍을 하며 상상 속의 클라이밍을 하곤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는 어느 새 클라이머가 되어

북한산에서 도봉산, 설악산의 바위 벽을 찾아 등반하는 행복한 ㄱ굼을 ㄱ군다.

 

가래비 빙폭을 ㄷ더올리면 생각나는 한 선배가 잇ㅅ다.

2년 전 운악산 무지개 폭포에서 추락사한

권구운 선배.

인덕공고OB산악회인 그 선배는 고등학교 시절 인수봉에서 만낫ㅅ다.

그 선배와 나는 봄부터 가을ㄱ가지는 암벽 등반, 겨울이면 빙벽 등반을 하며

청춘의 한 시절을 보냇ㅅ다.

그와 나는 겨울이면 구곡폭포와 가래비 등지를 돌아 다니며 빙벽 훈련을 햇ㅅ다.

그 당시만 해도 설악산 토왕성폭포는 내게 잇ㅅ어

갈 수 없는 나라인 만큼 ㄱ곡 올라야만 하는 ㄱ굼의 빙벽이엇ㅅ다.

그렇게 우리는 공동의 희망이 잇ㅅ어 즐거웟ㅅ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왓ㅅ다.

우리는 눈이 정강이ㄱ가지 ㅂ바지는 눈을 ㄷ둟고 토왕성폭포 아래 섯ㅅ다.

선등은 그 선배가, 후등은 내가 하기로 하고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묵ㄱ어줄 자일을 이엇ㅅ다.

워낙 바위 체질인 그 선배는 가볍게 올랏ㅅ다.

나는 아이스 헤머의 피크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약 150m에 달하는 토왕성폭포 상하단 등반하는 도중, 내내 힘에 겨웟ㅅ다.

어ㅈ잿든 우리는 토앙성 머리에 도달해

힘겨운 악수를 나누며 믿음이 묻어나는 웃음을 나누엇ㅅ다.

 

그런 그가 허망하게 2년 전에 죽엇ㅅ다.

병상에서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전혀 믿기지 못 햇ㅅ다.

그렇지 않아도 그 해 겨울에는 김형주 선배가 눈사태로 사망하는 등

내가 아는 산악게 선후배들이 운명을 달리햇ㅅ다.

그 형은 지금 하늘나라에서 무얼하고 잇ㅅ을ㄱ가 궁금하다.

그 형은 거기서도 아이스 바일과 아이젠의 피크를 간 다음,

구곡폭포로, 토왕성폭포로 가고 잇ㅅ을ㄱ가.

그리고 거기서 얼음 조각들을 튀기며 불가능한 수직의 ㄱ굼을 오르고 잇ㅅ을ㄱ가.

삶과 죽음...

나는 살아잇ㅅ고 그 형은 죽엇ㅅ다.

그런데 이 밤, 저승에 잇ㅅ는 그 형이 보고 싶다.

그 형을 만나면 그 형에게 묻고 싶다.

형, 거기서도 안녕하신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