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의 별빛들
내일 북한산 산악인추모탑에서 제가 추모시를 낭송을 합니다. 제가 몸이 많이 불편하여 민폐를 끼칠 거 같아 거절했지만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시를 새로 지어야 마땅하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저의 시집 『달빛 등반』에 실린 시 가운데 ‘새벽 강에서’를 산악인 분위기에 맞게 고쳐 ‘북한산의 별빛들’이란 제목으로 낭송합니다. 이 점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북한산의 별빛
나 이제 가려 하네.
이승의 낡고 오래된 추억들
새벽안개 풀리는 강물 위에 띄워 버리고
눈썹달 하나 건져가지고
먼 길 가려 하네.
돌아보니 삶은 행복했던 날보다
고단하고 불안했던 날들이 더 많았네.
그래도 매화 흐드러진 봄날이 있어
바위틈에 손을 넣으며 희망을 꿈꾸었네.
사랑,
활짝 핀 살구나무 밑에서
내 생의 유일한 촛불이었던
북한산을 흠모했건만,
매운바람 사납고
유언장처럼 꽃비 흩날리던 날
친구는 절벽 아래 산 그림자를 향해
외마디 외침도 없이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가버렸네.
눈 감아도 떠오르는 맑은 얼굴
그와 함께 올랐던 동양길 소쩍새 소리
단풍나무 숲에 숨겨두었던 별들이 등을 떠미는데
뒤 돌아보니
삶은 지독한 외로움이었거나 바람이었네.
나, 이제 가려 하네.
북한산 푸른 별빛 손끝에 묻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