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산악도서관을 건립하라!
요즘 설악산에 관한 개척 자료를 찾고 있는데, 영 진척이 안 된다. 안일수 선배님, 월간 산, 한필석 선배님, 한국산악회 도서관, 변기태 선배님께 문의해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유인즉 각각의 산악 잡지들에 대한 기사 목차 기록 작업이 제대로 전산화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작업뿐만 아니라 각종 도서의 목록 및 목차 전산화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방대한 작업 영역이다. 가장 기초적인 작업조차 안 돼 있는 게 우리 산악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산악계는 그 동안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 세계 산악계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 산악인들과 세계 산악인들의 고된 투쟁과 극복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서적들은 개인의 소장가들의 서재에 꽂혀 있을 뿐, 그것들을 목록화 및 색인화하고 온라인으로 연결해 줄 네트워크가 전혀 형성이 안 돼 있다. 이것이 외형적으로 성장한 한국 산악계의 그늘진 현실이다.
기록은 기억에 앞선다.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빛이 나는 법. 한때 이인정 선배님이 개인적으로 운영했던 역삼동 산악도서관은 전산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그나마 한국산악회 산악도서관이 있다고 하지만 도서의 목록 및 목차가 전산화가 안 돼 있어, 도서관이라고 하지만 뭔가 부족한 형상이다. 지금 옛 선배님들의 소중한 장비들과 기록물들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국립산악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가 부분적으로 산악도서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대한산악연맹과 한국산악회는 연대하여 산악도서관 건립위원회를 만들고 정부와 예산 협상을 추진하라. 이것은 순전히 그대들의 몫이며, 그대들의 책무이다. 그대들의 눈에 보이는 사업도 중요한 줄 안다. 허나 그보다 더욱 소중한 건 이미 돌아가셨거나 소리 없이 스러져 가는 옛 산 선배님들의 추억들을 모으는 작업은 더욱 귀중하다.
이들 단체는 산악인들의 서정과 사유 정신이 담겨 있는 개개인의 옛 기록물과 서적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하여 전산화하라. 이런 귀중한 재부들을 모으고 보관하며 전시할 산악도서관을 서울 도심에 건립하라. 이 건물 1층에는 각종 시대적 산악장비들을 전시하고, 2-3층은 산악도서관으로, 4-5층은 기타 산악장비 및 기록물을 수장고로 활용하라.
그래야지 산악인들이 산악도서관의 각종 도서를 읽고 도전정신을 고취하며 영혼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산악계 후학들이 이를 토대로 한국산악회나 대한산악연맹, 그리고 이들 단체에 소속 안 된 산악회의 개척 등반 등이 포함된 '한국 산악운동사'를 제대로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체육학을 전공하는 이들에 의해 체계적인 '한국산악학韓國山岳學' 토대를 세울 수 있는 논문들이 나올 수 있다.
이제 대한산악연맹과 한국산악회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이들 단체는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산악도서관을 빠른 시일 내에 건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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