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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 철거를 반대한다

정선여인숙 2017. 11. 27. 16:22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중청대피소 철거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철거된 비선대산장을 대체할 새로운 대피소를 건립하라!!!




지난 4월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이 설악산 중청대피소를 철거하고,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중청봉 남쪽 계곡에 소규모의 대피소를 건설함과 동시에 숙박 기능을 확충할 희운각대피소를 2018년 말까지 증축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단의 이 같은 결정은 중청대피소가 대청봉 훼손을 가속시키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이다. 이에 ‘백운산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중청대피소에 철거에 따른 제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건설적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청대피소는 등산객들을 위한 산행 안전의 최후 보루이다

1. 민족의 명산 설악산 대청봉(1,708m)은 사시사철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 중의 한 곳이다. 대청봉으로 이르는 등산로는 크게 설악동∼대청봉, 한계령∼대청봉, 오색∼대청봉, 용대리∼대청봉 코스가 있는데, 이들 등산로를 통해 일반 등산객들이 대청봉을 즐겨 찾고 있다.


설악의 여러 대피소 가운데 중청대피소는 대청봉 바로 지척에 있어 등산하는데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될 뿐만 아니라 최고 정점에 있는 대피소다. 특히 대청봉은 여름 휴가철이나 가을 단풍철,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려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따라서 해마다 시즌이 오면 중청대피소는 대청봉을 오른 많은 등산객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곳은 고산지대여서 여름이면 폭우와 짙은 운무, 봄과 가을이면 기상 돌변으로 인한 악천후, 겨울이면 폭설이 늘 상존하는 위험한 곳이다. 이런 이유로 공단은 등산객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소중한 국민 세금을 들여 중청대피소를 건설했고, 지금까지 산행객들의 소중한 생명들을 지켜 왔다.


이 때문에 중청대피소의 존재 가치는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공단은 이제 와서 자연 보호를 명분으로 등산객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중청대피소를 철거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하고 있다.


일찍이 산악문화가 발달된 유럽 알프스의 경우, 위험하고 안전이 요구되는 중요한 포인트에는 무인 대피소나 유인 산장을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다.


대청봉 산행은 전문 등산객들도 많이 오르지만 초보 산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만약 악천후가 닥쳤을 때 철거로 인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다면 공단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공단은 중청대피소가 대청봉을 찾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후 보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설악산 자연을 파괴하며,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중청대피소 철거를 반대한다

2. 설악산은 정부가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1982년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우리 미래 세대의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대청봉 부근은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눈향나무 솜다리 같은 아고산대 식물들과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 및 삵 등의 서식지가 있어,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자연 문화 자산이다.


공단은 중청대피소를 허물고 중청 남쪽 계곡에 새로운 대피소를 건설하며, 희운각대피소를 증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단은 중청대피소가 대청봉 훼손을 가속시키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 이면을 뒤집어 보면 신축 대피소를 건설하고 희운각대피소를 증축한다는 것 자체가 주변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간단명료하게 말해 중청대피소를 그대로 두면 아무 문제가 없다. 공단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나서 국민 혈세를 쓸 데 없이 낭비하면서 자연 파괴의 주범이 되려는 발상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공단일지라도 설악의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준엄하게 밝혀 둔다.


본 모임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상생을 추구한다. 우리는 공단이 멀쩡한 중청대피소를 철거하지 않기를 청원한다. 공단이 대청봉 주변의 식생과 동물들을 보호하고 싶다면 토양 유실이 심하거나 훼손이 심한 등산로 상에 튼튼한 재질을 지닌 멍석을 제작해 깔 거나, 공단의 주특기인 ‘나무 데크와 목책’을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하면 된다.


공단은 철거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국민 혈세이고, 신축 대피소를 건설하는 것도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며, 희운각대피소 증축 사업도 국민의 피눈물이 막대하게 투입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소모적인 데에 낭비되지 않고, 부디 생산적인 곳에 쓰이길 소망한다.


철거된 비선대산장을 대체할 대피소를 옛 청운정 터에 건립하라

3. 현재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비선대산장이 철거되는 바람에 설악C지구에서 야영하고 있다. 이들은 여름이면 폭염과 땅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지열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마나 폭풍우가 몰아치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게다가 한겨울이면 혹한에 떨어야 하고 폭설이라도 쏟아지는 밤이면 밤새 잠을 거르고 텐트의 눈을 치워야 한다.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이나 산악인들은 공단이 제공하는 대피소(산장)에서 폭우와 폭풍, 한파와 폭설로부터 보호받을 국민적 권리와 쾌적한 자연 환경에서 생활을 할 권리가 있음을 밝혀둔다.


지금까지의 공단 정책은 등산객들에 대해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겨 일방 통행식의 정책을 펼친 듯하다. 통제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공단이 1,560만 명에 달하는 등산객들의 필요한 눈높이에서 모든 정책이 실행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본 모임은 중청대피소를 철거하고 새 대피소를 건설하며 희운각대피소를 중축하지 않기를 강력히 간청한다. 그리고 공단이 추진하려는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돌려, 지금은 사라진 청운정 옛 자리에 등산객들을 위한 현대적이고 쾌적한 대피소를 신축해 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만약 새로운 대피소를 만든다면 대한산악연맹이나 한국산악회에 위탁 경영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만약 우리 모임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단이 실행한다면 전국의 산악인들이나 등산객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거라 확신한다.


한편, 이렇게 만들어질 대피소는 저녁나절 천불동계곡 들머리에 들었을 때 등산객들한테 아늑한 쉼터를 제공할 것이며 전문 산악인들에게는 유용한 등반 전진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게다가 피치 못하게 산행이 늦게 끝나 대중교통이 끊겼을 경우 대피소에서 머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 된다는 점을 공단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촛불항쟁 때 약 1,560만 명에 달하는 산악인들과 일반 등산객들은 ‘산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해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비판했다. 그 추운 겨울 날 많은 분들이 매주 광화문으로 나가 촛불을 들고 저항한 결과, 문재인 정부 탄생에 일조했음을 밝혀 둔다. 물론 ‘백운산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음을 알려 둔다.

끝으로 새로 부임할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우리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제안을 수용해 주길 강력히 희망한다.




2017년 11월 27일



백운산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