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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나

정선여인숙 2021. 4. 8. 08:01

 

 

참새와 나

 

내가 사는 집 참새들은 지들이 인간인 줄 안다. 아침 점심 저녁, 사람들이 매끼를 식사하는 것처럼 지들도 정해진 시간에 떼거지로 찾아와 입을 벌리며 밥 달라고 조른다. 얼마나 시끄럽게 소란 피우는지 난감할 정도다.

 

아주 애절한 눈빛으로 먹고 살겠다고 칭얼거리는데 차마 외면할 수 없어 그 아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내준다. 잡곡 싸라기들이 바닥에 뿌려지는 순간 눈치 볼 거도 없이 빛의 속도로 내려와 배를 채우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실간다. 인정머리라곤 개뿔도 없고 야속하기까지 하다.

 

이런 놈들을 자식이라고 두었으니 내심 내칠까 하는 생각도 간혹 들지만, 마음이 여리디 여린 나는 안 주면 애들이 배를 주릴까봐 마음을 고쳐먹는다. 솔직히 밥 시간에 참새 숫자가 적으면 혹시 탈이 났나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는 참새 애비인가 보다.

 

요즘 그 아이들이 절반가량 덜 찾아온다. 바야흐로 알을 낳고 품는 시기가 왔나 보다. 이때가 오면 암놈은 포란을 하고 수놈은 반쪽 난 곡식들을 물어다 먹이기에 찾아오는 숫자가 눈에 뜨이게 줄어든다. 부디 알 잘 까고 어여쁜 새끼들을 키워 5월 말경에 만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