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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하켄
정선여인숙
2017. 12. 3. 10:48
우드하켄
아주 간명한 장비 한 점이 도착햇ㅅ다. 우드하켄... 저 가난햇ㅅ던 시절, 산 선배들의 목숨을 부지해준 위대한 발명품. 사실 이 확보 장비는 가지고 싶어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한 사람의 투박한 영혼이다. 바위틈에 박는 이 장비는 마치 도도새 같은 존재이며, 저무는 노을 같은 쇠락한 얼굴이다.
우드하켄은 80년대 중반 북한산 숨은벽에 가면 볼 수 잇ㅅ엇ㅅ고, 설악의 어느 잊혀진 크랙에서 흔들거리는 이ㅂ발처럼 거기 빛 바랜 표정으로 맞아주엇ㅅ다. 하지만 세월의 화살을 빗겨갈 수 없는 법. 가장 자연친화적인 이 장비는 편하고 안전하게 진화된 확보 장비들에게 밀려 우리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앗ㅅ다.
바위를 하면서 간혹 우드하켄을 볼 적마다 나는 내 앞을 먼저 간 선배들의 투혼에 경의를 표햇ㅅ다. 그리곤 그 장비들을 만든 이들이 사뭇 궁금햇ㅅ다. 그러던 차에 박달나무에 아마 ㅅ시 기름을 짙게 먹인, 출처가 분명한 장비를 록파티산악회 백영웅 선배님ㄱ게 선물 받게 되엇ㅅ으니 그 기ㅂ븜을 무엇에 견줄 수 잇ㅅ으랴...
그랫ㅅ다. 내가 지닌 등반 장비들을 국립산악박물관 수장고로 보내고 나서 뭔가 허전하고 섭섭한 것이 밀려들곤 햇ㅅ다. 그런 빈자리를 위로할 나무의 정령이 내게로 왓ㅅ다. 식물성인 우드하켄을 숲에 모시는 것이 도리이나 그럴 처지는 안 되고, 목하 고민 중이다. 아마 이 장비는 내 눈에 가장 잘 들어오는 곳에 부적처럼 붙여 둘 것 같다.